끄적끄적

지금, 여기, 현재에 단단하게 살기

Aaron's papa 2022. 6. 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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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km 달리기 도전을 위해 운동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동 강도를 높이면서 즐겁게 해 왔던 달리기가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뭐든 무리하면 안 되나 봅니다. 하지만 10km 달리기 달성은 한 번 꼭 해보고 싶었던 목표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조금 더 노력해 보기로 마음먹고 계속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운동으로서의 달리기를 힘겹게 도전하던 어느 날, 최근에 읽고 있던 책 속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현재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그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빠져나와 고통을 줄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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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몸에 느껴지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달리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 내 발이 땅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과 심장 박동 소리, 들숨과 날숨, 흔드는 팔, 뺨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통증도.. 달리기를 하면서 느껴지는 많은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느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 내 발바닥에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와 내 심장 박동 소리 엄청난데, 오 그래도 계속 코로만 숨을 쉴 수 있네, 뺨으로 느껴지는 바람 참 시원하다 같은 달리기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온전한 그 순간의 느낌들에 집중해 봤습니다. 사실 그동안 달리기를 할 때는 다른 생각들을 많이 했거든요.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어제는 어땠을까? 주말엔 뭐해야 하지 와 같은 달리기와 전혀 상관 없는 그런 것들을 생각 했습니다. 그러면서 달리기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고 정신은 다른 곳에 있었죠. 하지만 달리는 그 순간에 집중하고 그때의 느낌을 느끼며 달리자 달리기는 조금 다른 달리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몸이 힘든 건 여전했지만 더 이상 그만 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느낌 작은 것 하나까지 느끼며 달릴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오히려 달리기의 힘듦, 즐거움 같은 감정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냥 달리는 이 순간의 나 만 남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저 구절은 최근에 읽은 「4000주」라는 책에 있는 구절입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7027241

 

4000주 - YES24

‘생산성이라는 덫’에 빠진 우리를 구원할 단 한 권의 책!영국 최고의 저널리스트가 전하는 시간에 대한 가장 파격적인 통찰인간의 수명은 터무니없이 짧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www.yes24.com

우연히 페이스북에 누군가 올린 추천글을 보고 홀린 듯이 구매한 책이었는데, 저에게는 많은 생각 거리들을 던져 주었습니다. 이 책은 좀 어려웠습니다. 어려웠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광고 문구나 띠지를 보면 시간 관리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는 시간 관리에 대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 관리가 아니고 인생을 어떤 관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 바쁜 현대인을 위한 실용서가 아니라 인문학 책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과거에 시간은 삶이 펼쳐지는 매개체이자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재료였다. 그 후로 우리 마음속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삶과 완전히 분리되면서 시간은 우리가 사용하는 사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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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미래로부터 확신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미래는 그들이 갈망하는 확신을 절대 줄 수 없다. 미래는 언제나 미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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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에 더 충실하게 사는 것은 지금 여기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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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왔던 것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시간을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애썼고, 내가 계획한 미래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 눈앞에 펼쳐지길 바랐고, 마음은 현재가 아닌 그 언젠가 달성될 거라고 생각하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 눈 앞에 펼쳐지길 바란 바로 그 미래에 가서 살고 있었습니다. 오지 않는 미래에 마음이 먼저 가서 살고 있었으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는커녕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를 인식하고 그냥 받아들이며 이 순간을 느끼며 사는 것,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일요일보다 금요일을 더 행복해한다고 합니다. 금요일은 일을 해야 하고 일요일을 일을 하지 않지만 그다음 날이 쉬는 날이기 때문에 금요일에 더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요일이라는 현재에 온전하게 살지 못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월요일에 마음이 먼저 가 있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닐까 라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사설 저도 그렇거든요 ^^;;)

 

조금 더 노력해서 일요일을, 아니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느끼며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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