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자기 자신과 대화 하기

Aaron's papa 2022. 2. 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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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과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쌓아 갑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대화 상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이죠. 생각만 해도 너무 어색한 대상이죠? 하지만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은 습관 중 하나라고 생각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 내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대화가 꼭 필요하죠. 그래서 오늘은 이 글을 통해서 자신과의 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일을 시작한 이후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꼽아 보자면 저에게는 2018년이 그런 시기 였습니다. 아마 저를 아는 분들은 놀라실 겁니다. 2018년이면 첫 번째 책을 집필하기도 하고, 브런치에 쓰기 시작한 글들이 제법 인기를 얻어서 대외적인 명성도 어느 정도 얻기 시작한 , 그야말로 엔지니어로서는 일종의 전성기 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도 받게 되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회사의 테크 리크루터분들에게 러브콜(?)도 받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엔지니어로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행복에 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던 시기였지만, 저에게는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는 가면 증후군이었습니다.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심리이다. 높은 성취를 이루었는데도 그것을 과대평가된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 출처 :  https://namu.wiki/w/%EA%B0%80%EB%A9%B4%20%EC%A6%9D%ED%9B%84%EA%B5%B0

맞습니다. 그때의 저는 아주 극심한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건 나의 진짜 실력이 아닌데..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어떡하지?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내가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고 이 모든 게 운이 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날 텐데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휩싸여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던 이 시기에 타인의 인정에 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내가 잘하는지 나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라는 소리를 계속 듣기를 원하고, 아직 들키지 않았구나 하면서 안심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타인의 인정으로 안심을 얻게 되면 그 이후에는 더 큰 인정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번엔 들키지 않았으니 다음번에도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더 타인의 인정에 얽매이게 되는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타인의 인정 , 불안의 증폭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면서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좋아요에 집착하기 시작하다.

그리고 타인의 인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좋아요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에는 카카오 아지트 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있어서 누구나 카카오 아지트를 통해서 업무에 대해 논의 하고 자신의 업무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 아지트에는 여타의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가지고 있는 좋아요 버튼과 싫어요 버튼이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순간 저는 좋아요 버튼에 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 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업무 결과에 대한 공유 글에 대해서도 좋아요가 몇 개가 눌렸는지,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왜 그사람은 좋아요를 안눌렀지? 아직 글을 못본건가? 내 글이 별로인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런 집착은 브런치 글의 공유 수에 대한 집착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브런치 글을 작성하고 페이스북에 올리고 나면 좋아요가 몇 개나 달렸는지, 공유 수는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집착으로 이어졌죠. 원하는 만큼의 좋아요와 공유 수가 달리면 그 때 서야 휴.. 이번에도 나의 역량을 증명해 냈구나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좋아요와 공유 수를 확인하면 아 왜 이렇게 적지? 내가 뭘 잘못 썼나? 내용이 너무 유치한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이런 집착들이 저를 행복하지 않게, 아니 오히려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해 지기 위해 일을 하고 글을 쓰는 건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저를 불행하게 하다니.. 아이러니 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다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무렵, 정말 우연히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나와의 대화를요. 시작은 아주 간단한 질문 이었습니다. 기분이 너무 안좋은 어느날 쇼파에 앉아 있다가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진우야, 너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이 작은 질문 하나가 계속 이어지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쎄.. 왜 이렇게 좋아요 수가 적지?"

"좋아요 수가 꼭 많아야 해?"

"응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글을 쓴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그 글은 왜 쓴 건데?"

"그냥 쓰고 싶었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지."

"그럼 된 거 아니야? 왜 자꾸 집착하는 거야?"

"내가 쓴 글이 잘 쓴 글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은가 봐."

"꼭 확인받아야 해?"

"아니.. 생각해 보니까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맞아. 너는 그냥 글을 쓰고 싶어서 쓴 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거잖아. 그거면 됐지. 그 글이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해. 괜찮아 진우야. 고생했어."

 

조금은.. 아니 사실은 아주 많이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이런 대화를 하고 있으니 대체 내가 왜 좋아요에 그렇게 집착하고 있는지, 그게 얼마나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미 저는 알고 있었던 거죠. 그런 집착이 얼마나 불필요한 건지, 쓸모없는 건지. 다만 그걸 스스로 느낄 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에게 알려 준거죠. 내가 나에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고 난 뒤에 저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긴 했지만 적어도 좋아요가 몇 개 눌렸는지, 누가 눌렀는지를 살펴보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면 증후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죠.

 

"진우야, 모르는 거 그냥 모른다고 하면 안 돼?"

".... 그러게. 나는 왜 모른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모른다고 말하면 쪽팔려? 사람들이 막 너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응. 여태 잘한다 잘한다 칭찬받으면서 살아왔는데, 어라 이런 것도 모르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무서워. 강진우 별 거 아니네, 아무것도 아니네?라고 생각할까 봐 무서워."

"그럼, 사람들이 그렇게 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싫어? 꼭 넌 항상 대단한 사람이어야 해? 괜찮아 진우야.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든 너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리고 진우야, 모르는 거 모른다고 말하고 그냥 배우면 되잖아. 그럼 너는 질문 하기 전의 너보다 하나라도 더 알게 된 네가 되는 거잖아."

 

가면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면이 벗겨져서 세상 사람들이 부족한 나의 모습을 보게 되더라도 '그게 뭐 어때서? 이게 나 인걸.'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그게 가장 좋은 치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2018년의 저보다는 지금 훨씬 나은 마음가짐과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알려 달라고 이야기하고 하나라도 더 알게 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나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거든요.


마치며

몸이 힘들면 병원에 가면 되지만 마음이 힘들면 방법이 없습니다. 매일매일이 힘들고 괴롭죠. 그럴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실체가 무엇인지 나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해 보면 어떨까 생각 합니다. 지금도 저는 마음이 힘들 때 마다 나 자신과 대화를 합니다. 뭐가 힘든지 왜 힘든 건지 말이죠. 최근에 제가 가장 많이 저 자신과 대화를 했던 시기는 작년 4월, 당근 페이로 이직했을 때였습니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 10년이 넘은 직장인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때도 저는 저 자신과 수없이 대화를 했고 그때마다 내면의 목소리가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괜찮아 진우야. 너는 잘할 수 있어.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면 돼. 네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오늘 하루는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면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이야기 나눠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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