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도서

스페이스 도슨트

Aaron's papa 2022. 6. 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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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도슨트 - YES24

도슨트와 떠나는 기분 좋은 도시 산책익숙한 장소의 낯선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현대미술 작품은 종종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나름대로 그 의미를 해석해보려고 하지만 쉬이 추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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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전시 작품들을 설명해 주는 도슨트가 있습니다. 도슨트와 함께 하는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전시 작품과 관련된 역사 혹은 재미있는 사실들을 곁들이면서 보게 되면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인데도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게 도슨트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 스페이스 도슨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그 대상이 공간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도슨트와 다른 점입니다.

 

이 책에는 총 16개의 공간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그 공간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책에서 설명해 주는 공간들 중 제가 가 봤던 공간이 너무 적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고, 부지런히 놀러 다녀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16개의 공간들 중 기억에 남는 공간은 아홉번째 공간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 과 열세 번째 공간인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이었습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는 분노와 함께 슬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건물이 어떤 목적으로 지어지고 있는지를 설계자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 더욱 분노를 느끼게 했습니다. 특히 고문실이 위치해 있는 5층의 창문을 일부러 세로 형태로 좁고 길게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고문실에 끌려가는 이들의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선형의 계단으로 만들었다는 것들이 치를 떨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계단을 설치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굳이 나선형 계단을 설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피조사자들의 공간감을 상실시키고 공포감을 유발하기 위해서였다. (중략) 조사자가 계단을 올라가면서 층수를 인지할 수 없도록 나선형 계단이 있는 공간에는 창이 두 개 밖에 없다.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계단을 돌고 돌고 돌며 느꼈을 공포감을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몸이 떨린다.

- 182 페이지

 

어째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건물을 짓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계를 했는지, 그리고 그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에 그런 장치들을 포함시켰는지 설계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일이란 무엇이냐고, 그저 돈을 받기만 하면 그만이냐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는 친근함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다룬 공간들 중 제가 가본 몇 안 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집에서도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번에 갔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장치들이 설계에 녹아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동선을 제공함으로써 근린 생활공간으로서의 미술관,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미술관 등 여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미술관의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는 것에서 놀라웠습니다. 실제로 아이들과 방문했을 때에도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는 문들이 여러 군데에 있었고, 미술관에 들어가지 않아도 동산을 넘는 것처럼 한 바퀴 돌면서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내가 이때 경험했던 것들이 모두 설계자의 의도가 있었던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서울미술관은 전시실을 비롯한 문화체험 시설과 여러 방향으로의 이동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중략) 북서울미술관은 문화를 품은 인공의 언덕이지만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흔드는 불규칙함과 예측 불가능함을 도시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자연의 언덕이기도 하다.

- 254 페이지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아예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사진으로도 접해보지 못한 생경한 공간에 대한 설명에서는 저의 상상력의 부족 때문인지 읽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어떤 풍경과 그 풍경을 만들어 내는 설계자의 의도를 설명할 때는 그 풍경이 담긴 사진이 함께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건물에는 설계자의 의도가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동네의 어떤 건물을 봐도 저 건물은 왜 저렇게 지었을까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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